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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식이장애를 견디는 일상/하루하루 버텨내기

상담-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는 시간

by 릴리슈딩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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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를 떠올리는 게 힘들어 그동안 피해만왔다.
생각하는 것 자체를 안하기로 마음 먹고 지난날들을 보내왔다.
그저 열심히 최고가 되고 인정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생각만하면 웃게 만드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기만 했는데 내가 병에 걸리고 아프게 된 사실을 마주하면 정말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마음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 선생님은 '과거와 마주해야 앞으로 살아갈 수 있어...수진씨...'라고 해주었고
앞으로 과거에 대해 내게 많이 물을 것이라고 그래도 괜찮냐고 내 마음을 살펴주었다.
 
그렇게 나의 과거를 들춰내고 내 과거와 마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자신감이 있는 학생이었다.
다방면에서 잘하고 특히, 피아노와 영어를 정말 잘했다.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 반주자로 학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중학교 때는 공부도 잘하고 회장, 전교부회장도 매년 맡아 하는 등 정말 착실한 학생이었다.
영어 성적이 우수해 외고에 진학했고 대학교도 영문과를 졸업했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고 취업의 문턱에서 나는 2가지 우울증과 식이장애를 얻게 되었다.
열심히 살아온 댓가가 내가 아프게 된 결과인 것인가...하는 생각에 많이 억울하다.
그래서 내가 과거를 생각하면 좋았던 순간들도 다 의미없게 느껴지고 헛되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마주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대학생 때는 놀러다니지도 않고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엄마를 챙기기에 바빴다.
내가 싫어도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 싫은 감정을 숨겼고 힘들어도 장녀, 첫 손녀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친척, 외가, 친가 등의 가족만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리고 내 역할을 다해오면서 그 과정을 즐겨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결과만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칭찬받고, 인정받고, 좋은 결과만이 따라오면 그것으로 충분한 줄 알았다.
내 마음 하나도 돌봐주지 않고 그저 보여지는 것들을 완벽하게 해내면 성공한 인생일 줄 알았다.
 
'완벽주의자', '모범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온 나.
과거에 그렇게 완벽주의자, 모범생으로 살아온 내게 상담선생님은 여러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매주 상담선생님의 말들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은 내려놔도 돼 수진씨...너무 스스로에게 가혹하지 않아도 돼...


정말 그래도 괜찮겠지 싶으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상담공간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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