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병명 진단을 받고 나서 지금까지 4년째...나는 여전히 스스로 내 병들과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몸에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면 낫는 것처럼 마음의 병들도 사라질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 나을지, 혹은 나을 수 있긴 한건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 나름대로 견뎌내고 있고
2019년보다 지금 2022년에 현저히 느끼고 있는 점이 있다면 딱 한가지.
바로 '내 스스로가 이전보다는 더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나의 글은 병을 치료해서 나았다고 얘기하는 글이 아니다.
그러나, 병이 나았다는 결과보다 병과 싸우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은 글이다.
2개의 병이 한꺼번에 나를 찾아온 건 2019년 여름.
그 2개의 병은 우울증과 섭식장애이다. 그리고 그때, 내 나이 고작 23살이었다.
병원 가서 처음 아주 진단받았을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항상 밝게,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지내왔던 나인지라
내가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같이 병원에 간 엄마에게는 애써 밝은 척했지만 사실 내 속은 말이 아니었다.
1. 처음에는 부정을 했다.
'내가 섭식장애라고..?'
나는 20 몇 년간 내가 밝다고 생각하고 상처 따윈 안 받고 힘든 것도 스스로 잘 이겨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
2. 그다음으로 의심을 했다.
'내가 왜.. 이런 병이 걸렸지?',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온 거지?'
그냥 성실한 학생으로, 책임감 강한 딸로서 살아왔을 뿐인데...
나는 그동안 너무 마음이 힘들었는데 잘 풀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마음의 힘듦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애써 밝은 척했던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너무 눈물이 났다.
3. 그다음에는 인식을 했다.
'섭식장애와 우울증이라는 병이 정확히 뭘까...?
병원에서 처음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혼자 검색을 해보았다.
섭식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으로 체중이 현저하게 적은 특성이 있는 병
나는 거식증에 걸린 것이었다.
그리고 원인으로는 다이어트로 인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나는 이때까지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우울증이 먼저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음식도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때문에, 우울증으로 인한 거식증이라고 보면 된다.
우울증: 감정, 생각, 신체 상태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병/우울 장애
이렇게 검색해보고 나니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다 내가 갖고 있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께서도 나와 1시간 동안 첫 진료를 하시더니
거식증과 우울증 진단을 내려주신 것이었다.
4. 마지막으로 인정을 했다.
'그래.. 내가 병 2가지를 앓고 있으니, 병원 계속 다니면서 치료 잘 받아야지..'
이렇게 장기적으로 병원에 다녀본 적도 없고 몸이 아파도 감기를 잘 안 갔던 나라
이런 모든 사실이 원망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섭식장애로 점점 몸이 힘들어지고 우울증으로 마음이 바닥을 치는 날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병원 다니기는 내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처음 병원에 갔다 오고 나서도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너무 몸과 마음이 약해졌기에
내 모습을 볼 때면, 그리고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면
속이 많이 상했고 그래서 많이 울었다.
병원과 치료의 필요성을 나는 점차 느껴갔고
그렇게 나의 병원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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