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첫 상담이 지나고 나는 상담 전문의가 진단하기에 심각한 우울증이었기에 1주일에 2번 반복적으로 상담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나, 섭식장애로 체중이 많이 빠졌고 점차 나는 걷는 게 힘들어져서 2주에 한 번으로 가고 싶었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괴로운 게 더 컸기에 무리해서 내원을 했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 할수록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좋았으나, 마음의 우울함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나 스스로도 점점 지쳐갔다.
그래서 섭식장애든, 우울증이든 병이 나아지는 추세를 전혀 보이지 못했다. 우울증, 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왜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울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문에, 특히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이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힘들겠지만, 더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
어찌 됐건, 나는 체중이 이미 정상보다 많이 낮은 상태였는데도 처음 병명을 진단받은 날보다 더욱 체중은 계속 줄어들어만 갔다. 그리고 다음날 정신과 진료를 보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심각한 상태이며 바로 당장 입원을 권하셨다.
의사는 “지금 혈압도 측정이 잘 안 되고, 이 상태로는 밖에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판단이 되네요. 그냥 오늘 바로 입원해요. 마침 병실 자리가 딱 한 개 남아있어요.”라며 입원하라고 하셨다.
집에 있는 것조차, 집에서 쉬는 것조차 스스로 용납하지 못했던 내가 병실에 콕 박혀있어야 하는 입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쏘냐... 입원을 못하겠다고 나는 되받아쳤다. 한 번도 입원해본 적 없는 나는 타의로 입원하게 된다는 사실은 더욱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 안돼요..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그럼 제가 체력 회복해올게요.. 아니 저 입원 안 해도 괜찮아요. 저 알바도 가야 하고 다음 주에는 학교 특강도 있는데... 병원에 입원하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내가 되받아친 말이다. 사실 체력 회복한다는 것은 진심도 아니었고 스스로 해낼 자신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입원은 피하고자 했던 나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내 말은 의사 선생님께 먹히지 않았고, 태어나서 그렇게 강경한 의사의 태도는 처음 보았다.
이런 게 바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사들의 단호함과 결단력이란 것인가.
평소엔 나긋나긋했던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날따라 차갑고 굉장히 강하게 들렸다. 나는 눈물이 났고 엄마를 보자마자 껴안고 울었다. 자의로 입원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화도 나고 힘들었지만, 엄마는 나를 다독여주셨고 며칠 쉬고 나온다고 생각하라며 달래주었다.
나는 겨우 진정을 했고 입원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엄마와 같이 입원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개방병동에서의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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