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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식이장애를 견디는 일상/반복된 입원 생활

내가 상담병원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by 릴리슈딩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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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으로 상담을 전문의에게 받으러 갔다.
받으러 가기 전부터 상담을 어쩌면 받기 싫어했던 것 같다.
받으러 갈 때부터 나는 온갖 걱정이 들었다.
 
'내 평생 상담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가족은 물론 친구들한테도 고민 1도 얘기 안 하는 나인데...'
'내 얘기를 처음 본 상담 전문의에게 어떻게 하지..?'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닌가?'
등등...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감 여왕'이라고 불렸다.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너는 고민 없어?" 혹은 "진짜 너한테 얘기하고 나면 편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나는 그저 듣는 입장이 되는 게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드디어 시작된 상담...
역시나 나는 내가 어느 부분이 우울한지, 어느 것이 힘든지는 스스로 느끼고 있었으나,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상담 선생님께서는 래포 관계를 잘 형성해 분위기를 풀어주었고
생각보다 나는 바로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나에겐 조금 여유 있는 긴 시간의 상담이 필요했고 충분히 그 시간을 활용하고 나왔다.
털어놓고 나니, 얘기를 하고 나니... 누군가 내 얘기를 온전히 진실된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얘기를 하면서도 다 얘기를 하고 나서도 하염없이 나는 눈물을 흘렸다.
같이 간 엄마가 상담이 끝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목이 막혀서 나는 미안하지만 엄마의 관심을 무시했고 혼자 몇 분의 시간을 보낸 후 진정시켰다.
 
집에 돌아와 상담 전문의와 상담했던 내용을 곱씹어보았다.
내가 어느 부분 때문에 마음이 아프게 되었는지, 왜 병에 걸리게 되었을지 다시 생각도 해보았다.
첫날이라 내가 고민하고 힘든 부분만 인지하고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꾸준히 상담을 받아보고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담을 받고자 하는 용기가 그래도 가기 전보다는 생겼다.
 
"몇 년 동안 내 마음속에서 곯아왔던 상처들이라 한 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다 나을 때까지, 내가 다 괜찮아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라는 상담 선생님의 말도 있었던지라 홀로 긴 싸움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외래진료와 상담 병원을 가볼 용기가 더 생긴 것이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무너지고 매일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 편히 먹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첫 상담이 내가 그렇게 마음먹을 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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