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입원생활을 마치고 당분간 입원은 안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얼마 있지 못해 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입원한 세 번째 병원은 개방병동이 아닌 폐쇄병동이었다. 그만큼 내 상태가 심각했다.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였던 것이다.
2022년 5월 말 개방병동 퇴원을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편치 않았다. 병원을 또 다시 옮기고 차로 거의 1시간이 걸리는 아산병원에 다니며 다시 양약 치료를 해보자고 엄마가 말했다.
아산병원 약을 먹고 효과를 본 사람이 있다며 오랜 시간 예약을 기다려 드디어 예약 날짜에 첫 방문을 했다.
그리고 아산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본 날, 의사선생님은 상태가 심각해서 폐쇄병동에 입원을 해야할 것 같다며 적극 권유하셨고 입원하면 맞는 약물도 함께 찾는데 애써보겠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개방병동이 아닌 폐쇄병동 입원은 해본적이 없어서 사실 폐쇄병동에서의 생활이 어덜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병원 안에서만 생활해야했고 보호자 면회도 안되며 전화만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집에서의 생활보다는 입원하는 게 나도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도 내가 언제 죽음의 기로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할지 몰라서 입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때였다.
또, 무엇보다 입원하고 나와서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고 내 감정도 좋아지지 않았기에 입원을 하고 말고가 내 치료에 차도가 없다는데서 오는 절망감과 입원을 하면 좀 괜찮아질 것이라고 가족들이 기대하게 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 마음이 더 컸기에 정말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고민했고... 2022년 9월..결국 입원을 선택했다.
입원 당일 엄마, 아빠와 같이 가기로 했는데, 엄마가 내가 입원을 해서 이제 많이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가기 직전까지 나에게 짜증을 냈다. 나는 "어떻게 딸이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당일에도 짜증을 낼 수가 있어.."라고 소리지르고 울면서 아빠와 함께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엄마와 그렇게 인사도 잘 못하고 나와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다.
그렇게 첫날 밤을 병실에서 자던 중 새벽, 저혈당으로 쇼크가 와서 나는 거의 죽음 직전의 기분을 맛봤다. 앞이 보이지 않았고 간호사들이 당을 올려야한다며 사탕, 주스 등을 가져다 줬지만 음식이 들어가면 토할 것만 같아서 넘길 수가 없었다.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상태였고 결국 나는 포도당 주사를 맞기 시작한 후 1시간 있다가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둘째날이 되었다. 생각보다 폐쇄병동은 나의 생각과 달리 시설이 잘 되어있었고 프로그램도 시간별로 짜여있어서 참여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술치료, 음악감상, 작품 만들기, 스트레칭, 다과 시간 등 정말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참여하면 소정의 상품과 간식거리를 줘서 나름 참여하려고 했던 것 같다.
환자들은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할아버지 분도 계셨다.
처음에 입원 날에는 '나 혼자 그냥 조용히 생활하고 아무한테도 말 안걸어야지'하고 다짐했는데,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분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그래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잘 따라줘서 외롭지 않게 병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언니를 잘 따르는 편인데, 마음을 함께 나눌 2명의 언니도 알게 되었고 내가 심심하지 않게 색칧할 것, 스티커 붙이는 책, 다이어리 꾸미는 용품, 과자 등을 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다. 식사 시간 이후마다 나를 찾아와서 함께 걷자고 계속 해주어서 정말 의지도 되고 든든했다.
또 한가지 사실, 폐쇄병동에 다양한 환자들이 있는만큼, 조용하지 않은 날도 많았다. 갑자기 다른 환자에게 시비거는 환자, 머리채를 잡고 싸움을 거는 환자, 시끄럽게 노래부르며 피해주는 환자, 전화부스 앞에서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환자, 간호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려는 환자, 문을 발로 차는 환자 등 문제를 일으키는 환자들도 많았다. 무서운 순간, 급박한 상황도 존재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들은 지나갔고 나 역시 잘 견뎌냈다.
내가 위급한 상황도 정말 많았다.
갑자기 아침에 열이 40도까지 나서 수액을 맞은 적도 있다. 원인을 알아본 결과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갑자기 열이 난 것이라고... 그 순간만큼은 '아 내 몸이 못 버티는구나..'싶어서 나도 덜컥 겁이 났다.
또, 수차례의 약물 변경과 진정제 복용으로 하루에 많은 양의 약을 밥도 잘 먹지 않는데 먹다보니 몸이 말을 안 들었다. 혀가 꼬이고 앉아있기가 힘들었으며 눈 초점도 잘 맞지 않았을 뿐더러 손이 떨렸다.
나 스스로 굉장히 감정적으로 심각한 상태일 때 역시 많았다. 상담을 1시간씩 담당의 선생님과 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고 식이장애가 있던 나는 밥 먹는 게 힘들어서 밥과 씨름해야했던 순간들도 정말 많았다. 나는 밥을 먹기 싫은데, 안 먹어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데 간호사들이 찾아와서 억지로 먹이려고 할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 마음이 진정이 안 될 때마다 안정실에 들어갔고 그랬던 순간들이 거의 10번은 된다. 안정실에서도 엄청 울고 벽도 치고 내 몸도 때리고 심지어 목을 조르고 도구로 내 몸을 헤치는 행동도 참 많이 했다.
그래도 상담과 간호사선생님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고 진정시키려고 노력해준 부분도 있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참 감사하다.
나를 일부러는 아니지만 간호사분들이 힘들게 한 부분도 있지만, 저혈당, 저체중, 자해 등으로 몸이 아플 때 즉각적으로 조치를 해주었고 마음이 아플 때는 다가와서 얘기를 들어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약 한 달 정도만 입원할 것을 예상하고 들어갔지만, 예상보다 길게 무려 3개월을 폐쇄병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바람이 엄청 찬 추운 겨울날 12월 끝자락 27일에 퇴원을 했다.
사실, 크리스마스도 병실에서 보내고 새해가 지나도 병원에서 좀 더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주치의와 담당의에게 들었다. 나 역시 조금 더 병실에서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나를 보고 싶어했고 퇴원을 바랬다. 퇴원까지 나는 큰 용기가 필요했고 그래도 한 번 집에 가서 생활해보자고 결심을 했기에 퇴원처리를 하고 집에 왔다.
그렇게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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